꿈을 꿨다. 형아는 천자(天子)라는 것이 되어 나한테 그것이 되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건 아주 잔인하고 슬픈 과정을 거쳐야만 만들어진다. 천자가 될 재목만이 그 방법을 전해받을 수 있고, 함부로 누설해서는 안 된다. 꿈에서 깨서 생각해보니까 함부로 누설한다고 해서 누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실행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건 마을 공터같은 곳에서 누더기 차...
형아랑 닮은 사람을 봤다. 우연히 본 영상 속 사람이 닮아서 홀린 듯이 클릭했다. 내 인생에 득되는 게 하나도 없는 영상인데 넘기지도 않고 한참을 봤다. 자세히 볼수록 덜 닮았다. 표정이 앳되고 눈에는 힘이 없었다. 아쉬워하면서도 계속 봤다. 예전에 우리 자기를 닮은 사람을 내가 한참 바라봤던 것처럼. 닮기만 한 다른 사람인 걸 아는데도 사탕도 설탕도 결국...
인생..
형아는 가끔 그런 말을 했다. 큰 영혼을 지고 다니는 아주 작은 몸이 있다고. 그런 몸은 작게 살아갈 수도 있었는데, 어쩌다 너무 큰 영혼을 지게 돼서 힘든 삶을 살게 되니까 아껴주어야 한다고 했다. 불쌍한 몸이라고 했다.
춘식아 보고 있으면 연락해라 우리라도 잘 지내야지 나도 뭐 해줄 수 있는거 없다만 어디가서 얘길 하겠냐. 진짜 어디가서 얘기를 하겠냐........ 내쪽에 있는 글이라도 줄테니까 괜찮아지면 봐라.
불안한 사람의 마음은 물에 빠진 사람의 감각과 비슷할 것이다. 진정해야될 상황인 줄 알아도 그럴 수 없다. 잠시 멈춰서 오히려 물 속에 가라앉는 편이 정신과 체력을 아껴 살아남게 한다. 이런 지혜를 주는 것은 형님이었다. 내가 잠시 가라앉아서 물 속에서 눈을 뜨길 원한다. 정신없이 허우적대지도 않고, 이대로 떠밀려가게 자신을 버려놓지도 않고, 물 속을 바라...
정말로, 정말로 이제는 없니. 사라진 것은 당신인데 왜 나는 나의 큰 부분을 잃은 것만 같지. 당신은 나의 큰 부분이 맞아. 어쩌면 생각이나 마음, 기억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몸에서 티끌만큼 차지하는 것들이 건강을 좌우하기도 하는 것처럼, 당신은 나의 아주 작고 중요한 부분이었을 거야. 어쩌면 나는 지금 당신이 사라진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도록...
어디서 안개는 죽음을 상징한다고 했다. 그래서 안개 낀 날 길 걷는 상상을 하면 그게 죽음과 비슷할 것이라고. 안개가 심하게 낀 날은 그 속에 오래오래 있고 싶다. 아무것도 날 찾으러 오지 않고 나도 찾아야 할 것들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난 가야할 곳이 있다. 안개 속에서도 달려야한다. 나는 살아야한다.
나는 내 귀가 울리고 머리가 어지럽던 날 너무나 두려웠다. 형님의 마지막 소식 그대로 나도 곧 쓰러질까 겁이 났다. 사실 요즘도 가끔씩 두렵다. 오래전에 누가 말한 것처럼 나는 늘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둥둥 떠서 현실감 없이 살아왔는데 형님처럼 그렇게 둥실 날아가버릴까봐, 발자국도 남기지 못할까봐 겁이 난다. 악착같이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언 땅에 손발을...
형아는 과정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모든 것은 과정이라고. 그 말대로 생각해보면 인생도 전부 과정이겠지. 결과는 죽음 뿐인데 결국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도 죽음이라는 결과가 오는 과정이 아프고 외로울까봐 그런 거다. 형아는 그런 과정을 뭐든 즐기면서 살았다. 무엇이든. 나는 그에 비하면 너무 보잘것없이 아주 작고, 쉽게 불안해진다. 나의 과정은 자주 초조...
형이 번역해줬던 글을 새까맣게 잊고 있다가 방금 뭘 찾는 도중에 발견했다. 그날의 그 글에, 그 글을 주면서 함께 건냈던 말에, 우리들의 미래는 이미 공존하고 있었다. 이제야 그걸 알았다. 벌써 3년이 지난 번역문인데 형아는 나의 3년 뒤를 응원하고 있었다. 어깨가 무겁다.
오늘은 하얀 옷을 입었다. 당신과 내가 세상에 꺼내고 싶었던 그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믿기지 않도록 실존했던 당신을 나는 살려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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